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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간지에서 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슬로우어답터만의 꼼꼼함(?)과 인사이트로 이 급변하는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duryd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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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은  다음카카오로 하루를 보낸 날입니다.

이날 오후 판교에 있는 다음카카오 사무실에서 카카오페이에 대한 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중이었습니다. 

난데없이 4시 30분 정도에 

'10/13 오후 6시 광화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다음카카오 기자간담회를 진행합니다'는 문자를 받았죠. 

보통의 기자간담회는 1~2주전, 혹은 며칠 전에는 공지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날의 기자간담회는 급박하게 이뤄진 셈이죠.

저는 문자의 날짜를 잘 못 본 줄 알았습니다.

확인 결과 맞더군요.


사무실에서 잠깐 일을 처리하고 프레스센터로 갔습니다.

기자간담회장은 정말 뜨겁더군요.

이석우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날 기자들 앞에 선 이석우 공동대표의 모습은 10월 1일 잔치날 같았던 다음카카오 출범 첫째날 행사 때 보여줬던 모습과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10월 1일 웃음 가득했던 이 대표의 얼굴은 2주만에 굳어 있었습니다. 긴장도 많이 했구요.

카카오톡 사이버 검열 여파는 이 대표가 긴급기자회견을 열 만큼 다음카카오에 큰 위기였습니다. 

이날 이 대표가 발표한 내용을 축약하면 '카카오톡 사이버 검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다시 한번 카카오톡을 믿어달라' 정도 될 듯 합니다. 

심지어 "감청영장은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다"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내가 처벌을 받겠다"고 말할 정도로,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이날 급하게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던 이 대표의 발표문과 질의응답을 읽어보면 이날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네이버의 아성을 깰 것인가로 주목을 받았던 다음카카오는 출범 2주만에 다음카카오의 향후 생존을 걱정하게 되는 처지로 급전직하했습니다. 





 다음은 이석우 대표가 발표한 카카오톡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련된 정책 전문입니다.


안녕하세요. 다음카카오 대표 이석우입니다.

긴급하게 말씀드렸는데, 참석해 주신 여러 기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먼저, 최근 여러 논란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본인의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사용자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합니다.

보안을 철저히 하고, 관련 법제도를 따르는 것 만으로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다고 자만하였습니다.


그동안 카카오톡을 아껴주신 사용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더 빨리 깨닫지 못하고, 최근 상황까지 이른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이용자의 마음을 더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본인의 미숙한 대처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 드립니다.  

이러한 잘못을 다시 하지 않기 위해법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정책을 실시하겠습니다.

이에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조치들을 취하겠습니다.

첫째, 감청 영장에 대해, 10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질 않을 계획임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둘째, 영장 집행 과정에서 최소한의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절차와 현황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을 모시고 정보보호자문위원회를 구성, 검증 받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영장 집행 이후, 집행 사실을 해당 이용자에게 통지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기 위해서 유관 기관과 논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셋째, 다음카카오는 투명성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겠습니다. 첫 보고서는 연말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넷째, 이미 한 번 말씀드렸지만,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서비스 개선 사항에 대해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1) 이미 서버 보관기간은 2-3일로 단축하였습니다. 서버에 2-3일간 저장되는 대화내용도 모두 올해 안에 암호화하겠습니다

2)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하겠습니다. 프라이버시 모드를 쓰면, 대화내용을 암호화하고, 수신확인된 메시지는 아예 서버에 저장하지 않겠습니다. 프라이버시 모드에서는 단말기에 암호화키를 저장하는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 기법을 도입해, 서버에서 대화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습니다.

1:1 대화방은 연내, 그룹방은 내년 1분기내, PC버전은 내년 2분기 내에 지원하겠습니다. 수신확인된 메시지를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 기능은 내년 3분기 내에 도입하겠습니다.

이 외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방안들은 더 찾아서 개선하고 고쳐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카카오톡은 이용자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이용자의 신뢰를 되찾는 일은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국내 뿐만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언제나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그동안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많은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Q 김범수 의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왜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가.

A : 이번 사태에 대해 큰 우려를 하고 있고, 사태 해결을 위해 여러 의견을주고 있다. 대외적으로 실행하고 설명하는 것은 내 몫이다. 


Q 투명성 리포트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되나.

A : 지난 주에 사과문과 함께 향후 대응방안을 발표하면서 투명성 리포트를 발간했다. 여기에 외부 수사기간의 영장 건수도 담겨 있다. 곧 발행되는 투명성 리포트 내용은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 연말까지 결정할 것이다. 


Q 검찰이 협조를 요청한 카톡 내용이 무엇인가. 영장청구 대상이나 내용이 무엇인가.

A : 일반화해서 말하기 어렵다. 사안마다 각기 이유가 다르다. 영장 내용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Q 카카오 그룹방에서 단체톡을 한 인물들도 감청영장에 의해 내용을 공개하나.

A : 10월 7일부토 감청 영장은 더 이상 응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영장에 기재된 기간 동안 메시지가 남아있다면 제공하고 있다. 보관주기(2~3일)이 워낙 짧아서 기간 안에 영장을 발부받아 사무실까지 찾아와도 메시지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는다"는 발표가 나오자 기자회견장은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석우 대표는 "문제가 생기면 내가 처벌을 받겠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Q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가 감청영장이 법률적으로 하자가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국정원이나 검찰과 협의가 됐기 때문인가.

A : 감청영장과 관련해 수사기관이나 유관기관과 상의하지 않았다. 법적인 하자가 있어서 불응하는 게 아니다. 법보다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향후 사용자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게 옳은 판단이라고 결정했다. 


Q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으면 공무집행방해 아닌가.

A : 만일 실정법 위반이라면 대표이사인 내가 이런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에 죄를 달게 받을 것이다. 현재 사용자의 날카로운 지적과 비판, 서운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더욱 강화하는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감청영장에 응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Q 감청영장을 거부하는데 법적인 문제는 없나.

A : 법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다. 그 논란을 뒤로하고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가 최우선 기준이라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Q 감청요구 불응이 감정적으로 발표한 것인지, 계속 유지되는 것인가.

A :  법적책임이 있다면 대표인 내가 달게 받겠다. 이 부분이 개인적인 각오라기보다 다음카카오 내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경영진이 결정한 것이다. 철저하게 지킬 것이다. 믿어달라. 우리의 행보를 눈여겨 지켜봐달라. 


감청영장 거부 발표는 상당한 파장을 불러 왔습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이날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범죄 수사를 위해 적법하게 발부받은 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 대책을 세워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검찰발 사이버 모니터링의 역풍이 불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검찰은 어떻게 대응하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전병헌(새정치민주연합)이 카톡 내용을 저장하고 영장이 나오면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약관에 적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전 의원은 '다음카카오는 이용자 대화 내용이 일정 기간(5~7일) 보과노디고,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제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약관과 개인정보 취급 방침 등에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는 '대화내용 자체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영역으로 관련법에서 요구하는 의미로서의 개인정보는 아니다'고 반박했는데, 오히려 이런 해명이 더욱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게 했습니다."

A : 대화내용을 보호해야 하는지 여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검토를 해서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다.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화내용을 개인정보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카카오톡은 개인간의 대화내용을 개인정보 수준으로 보호했다. 보안기능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Q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카카오톡 탈퇴자는 몇 명이나 되나. 트래픽 변화는 어떤까.

A : 탈퇴를 하는 분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안타깝게도 탈퇴 이유는 파악할 수 없다. 외부에 통계집계나 내부 서비스 수치를 보면 약간의 하락이 있다. 일련의 사퇴로 인해 탈퇴하거나 사용을 덜 하는 흐름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Q 이런 전향적인 결정을 내린 계기가 무엇인가. 개인정보 보호를 확대할 것인가.

A : 일반 영장에서 특히 대화내용을 요구하는 경우 이것에 응할 것이냐, 불응할 것이냐는 질문인 것 같다. 현실적으로 일반 영장을 가져와서 대화내용을 청구할 경우 제공할 메시지가 거의 없다. 2~3일이 지나면 메시지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하면 서버에 보관되는 메시지를 암호없이 풀기 어렵게 될 것이다. 실질적으로 영장이 있어도 대화내용을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내용이 오고갔습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긴급기자회견을 마치고 이 대표는 성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을 더 이상 받지 않기 위해서 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면서요. 

2주만에 180도 변한 이 대표의 태도와 처지 변화는 여러모로 상징하는 바가 많은 것 같습니다.

다음카카오의 초반 대응은 아마추어였습니다.

별일 아니라는 투로 카카오톡 사찰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죠.

논란이 일자, 조그마한 해결책을 내놓고

그것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 나오자 또 다른 방안을 내놓으면서

마치 사용자의 간을 보는 듯한 행보가 2주동안 이어졌습니다.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 망명한 이들의 숫자는 40만명(다음카카오 추산)에서 100만명 이상이라는 수치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일 것입니다. 이들의 말 한마디가 텔레그램에 퍼지면 많은 이들이 동조를 하게 됩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너무 과소평가를 했던 것 아니었을까요. 특히 다음카카오의 법률대리인 구모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올렸던(지금은 삭제했지만) '카카오톡을 위한 변론' 글은 다음카카오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2주만에 고개를 숙여야 했던 다음카카오의 다음 행보를 네티즌이 좋게 봐줄지 모르겠습니다. 선제적인 대응이 아닌 떠밀려서 내놓는 다음카카오의 대응을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IT 강국이라는 칭찬을 더 이상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IT 생태계를 키우는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자마자 생태계가 더욱 쪼그라들게 생겼습니다.


Posted by duryd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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