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노벨문학상을 탄 작가의 작품을 꼭 읽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런데 트위터를 통해 이 작가의 작품이 큰 울림이 있다고 해서 겁없이 도전했습니다.
한때 '창작과비평'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옆구리에 끼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정말 한때죠.
대학교 1학년부터 3학년때까지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당시 계간지 '창작과비평'은 문학과 사회과학의 최신 트렌드를 알 수 있는 매체였으니까요.
이상문학상은 왠지 읽고 싶었습니다.
솔직이 이상문학상과 창비는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특히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특유의 문체와 주제의식이 있어서 상당히 난해한 작품들이 많았죠.
하지만 그때 어렵게 읽었던 것들이 나중에 제 글쓰기 어딘가에 들어가 있을 겁니다.
얼마 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라는 발표가 떴죠.
트위터가 대단하기는 합니다.
그 수상자가 쓴 책 번역서가 있다면서, 주제가 묵직하다는 트윗이 바로 올라오더군요.
노벨문학상 작품집을 그다지 찾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가의 책은 바로 아들과 교보문고에 간 김에 샀습니다.
여성이 겪는 전쟁, 그리고 기자 출신의 작가, 다큐와 픽션의 사이(읽어보니 다큐에 더 가까운 듯 합니다)
무엇보다 전쟁과 여성이라는 묵직한 소재가 색달랐습니다.
오랜만에 아들 책을 사주면서 저도 호강을 하게 됐습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처음 읽기에는 딱딱했습니다.
첫 부분은 작가가 취재하면서 겪은, 작가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겪은 감정의 변화 등을
격정적으로 혹은 담담하게 묘사했습니다.
원고를 다 썼는데 왜 책이 안나오는지, 여성작가로서 여성이 겪은 전쟁을 왜 파헤치게 됐는지
자신의 글이 과연 옳은 것인지 등등에 대한 고민이 나옵니다.
글이 딱딱할 수 밖에 없죠.
이 후에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술술 읽으면서도 음, 책을 넘기는게 무척 힘듭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전쟁에 대한 묘사와 여성이 직접 경험한 전쟁의 참혹함이 나오거든요.
이 부분을 읽을 때 오히려 작가의 마음상태를 적은 앞의 글이 훨씬 읽기가 편해졌습니다.
왜 작가가 이 이야기를 했는지, 왜 그토록 고민을 했는지 등을 쓴 것을 보니
이해가 되더군요.
기자 출신이다 보니 디테일에 강합니다.
전쟁 묘사도 팩트를 기반으로 하는 디테일을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읽을수록 먹먹해집니다.
읽을수록 힘들어집니다.
읽을수록 책을 덮고 싶어집니다.
읽을수록 책의 무게에 힘이 빠집니다.
오랜 취재, 다양한 취재원 저는 이 작가가 어떻게 버텼는지 용한 것 같습니다.
나라면? 음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했을 것 같거든요.
전쟁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여성이 겪은 여성이 직접 참여한 전쟁은 상상 이상으로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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